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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듣고 담배가 피고 싶었다. 중학교 2학년때다. 시험공부가 지켜워 멍하니 상상하고 있을 때 사촌형에게 받은 아이리버에서 김광석 노래가 흘러나왔다. 난 김광석이 좋았다. 우울하고 쓸쓸한 목소리가 거친 세상을 비틀거리며 버텨온 어른의 숨소리 같았다. 나도 김광석 같은 목소리를 가진 어른이 되고 싶었다.
김광석은 서른즈음에를 불렀다. 그리고 나도 서른즈음이 되었다. 하루의 멀어짐이 실감날 것 같았지만 서른이 되니 하루의 무게가 너무도 가볍다. 나의 하루는 더이상 하루가 아니다. 하루란 어제 마무리짓지 못한 일들의 이어짐이고 내일 해야할 일들의 시작일 뿐이다. 치열하고 뜨거운 사랑을 할 줄 알았지만 거절의 고통과 욕망의 불길에 무너져 잡아야 할 사랑을 보냈고 놓아야 할 사랑을 놓지 못했다. 멀어져 간 사랑은 용기가 없어 가져보지도 잡아보지도 못했다.
이제 이별은 그리 큰 고통이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다. 떠나감에 담담해졌고 죽음에도 안도와 수고의 위로가 담긴다는 걸 알게 되었다.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는 김광석의 고백이 고통을 애써 누르며 외치는 비명인 줄 알았는데 서른의 이별은 그리 특별한게 아니었다.
서른은. 내 생각보다 아무것도 아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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